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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꽃 필 무렵] 엄마는 너를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했어. 본문

<동백이 엄마의 편지>
나는 남자 보는 눈이 너무 없었어.
술 취한 애비가 지 마누라한테 던진 소주잔에 네 뒤통수가 째졌는데 그때 내가 눈이 돌대?
소주병으로 걔 머리통을 갈기고 나와 버렸어.
너는 자꾸 크는데 널 달고 일할 때가 있어야지.
주방 쪽방에서 같이 살게 해준다 길래 룸살롱 주방 일을 했는데 네가 ‘오빠, 오빠’ 소리를 배우더라.
‘아빠, 아빠’도 못 해본 내 딸이 오빠 소리를 배운 게 그렇게 싫더라고.
돌고 돌다 술집 언니들 식모 노릇도 꽤 했는데 서른 살 먹은 년 지문이 다 닳아빠지게 일을 해도 애 하나 키우기가 허덕허덕 하더라고.
근데 자꾸 뛰쳐나와 봐야 갈 데가 있나.
못 먹고 커서 그런가 배고프다는 소리는 하루에 골백번씩 하는데 속창 앓이가 타들어가도 어떡해.
그놈의 돈이, 돈이 죽어도 없는데.
그렇게 여인숙을 전전하다가 딱 한 번. 정말 딱 한 번.
서울역에서 너를 안고 잤어.
그리고 결심을 했지. 너를 버려야겠다.
이 모질아, 내 부탁을 제대로 기억했어야지.
고아원에 딸내미 맡기고 온 애미한텐 세상에 못할 일이 없더라.
너 고아원 보내고 그 대포집에서 젓가락을 들던 순간 조정숙이는 죽었어.
그냥 너 찾으려고 산다는 마음밖엔 없었는데 가난이란 게 꼭 아귀 같아서 쳐내면 쳐낼수록 더 달려들더라고.
차라리 같이 죽고 말지 못 보고는 못 살겠어서 널 찾으러 갔는데...
그때는 내가 널 버린 게 너한테 제일 잘한 일 같더라.
너같이 예쁜 애를 왜 파양 했을까? 이상하게 너무 알고 싶더라고...
근데 겨우겨우 널 찾고 보니까 네가 진짜로 술집을 하고 사는 거야.. 그것도 미혼모로.
정말로 내 팔자를 물려받았나 억장이 무너졌는데
근데 가만 들여다보니까 네가 웃어.
네가 웃는 거야.
너는 나랑 다르더라고.
못해준 밥이나 실컷 해 먹이면서 내가 너를 다독이려고 갔는데 네가 나를 품더라.
내가 네 옆에서 참 따뜻했다.
이제 와 이런 얘기를 너한테 다 하는 이유는 용서받자고가 아니라 알려주고 싶어서야.
동백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어.
버림받은 일곱 살로 남아있지 마.
허기지지 말고, 불안해 말고 훨훨 살아 훨훨.
7년 3개월이 아니라, 지난 34년 내내
엄마는 너를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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